제 꿈은 말이죠 - 바이넬 게시판에 쓴 글

 권성훈 교수님이 꿈에 대해 릴레이로 글을 써보자 하셔서 바이넬 게시판(http://binel.snu.ac.kr)에 글을 올렸습니다.

꿈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저에게 꿈이란 것은 어느 누군가가 무엇이 되고 싶니 했을때 대답할 꺼리에 불과했습니다. 어렸을 적엔 과학자였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아톰, 마징가젯, 철인28호 같은 로보트 만화를 좋아해서 그랬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꿈들이 저의 어린 시절에 크게 영향을 준것 같지는 않습니다. 과학 수업을 좋아하고 서점에 가면 과학 코너쪽으로 저도 모르게 가는 정로라고 할까요.

서울대에서 중고등학교 공부잘했다고 하면 바보라고 하죠. 믿기지는 않으시겠지만, 중고등학교때 나름 학교에서 공부를 잘했습니다. 그 시절 꿈이라고 한다면 대학 잘들어가는 것이겠죠. 서울대에 들어가는게 꿈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꿈이 아니라 단기 목표였던거죠. 목적도 없이 좋은 학교에 들어가야 잘살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공부를 열심히 했고, 서울대에 입학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성적은 바닥이었고, 도무지 나아질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시그마라는 하드웨어 동아리에서 먼가 소속으로 이것저것 깨작거리면서 배운 것과 전산실 조교를 하면서 네트워크, 컴퓨터등을 다루는 것에 익숙한 것들이었습니다. 서울대 입학당시 교수가 되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지만, 성적표를 받아드는 순간 그냥 접었습니다. 동기들의 수와 선배들의 수를 합해보니 전국의 교수의 자리수보다 훨씬 많더라구요. 즉 그들이 다 먼저 교수가 된다면 제가 갈 자리는 없다는 것이죠.

졸업후 나름 제 장점을 살리고, 그때 벤처붐에 힘입어 선배들이 창업했던 일레자인 이라는 회사에 준창업맴버 정도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선배들 4명인가 창업했고 그 창업한 해 바로 들어가게 된것입니다. 즐겁게 일했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했던 것 같습니다. 기획한 제품이 나오고, 그게 발주를 통해 납품이 되고 돈이 입금되고, 처음 느껴보는 뿌듯함이었습니다. 제 아이디어가 제품에 반영이 되고, 그를 통해 더 제품이 잘 팔리고, 쉽게 느낄 수 없는 그러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와 중에 호석이를 만나고, 상권이를 만난거죠. 아무튼 회사는 2-3년 창창하게 잘나가더니만, 5년때에는 더이상 매출이 없는 달이 생기고 결국은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중대한 인생의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제가 5년간 경력을 인정을 받고 삼성 SDS에 경력사원으로 입사를 하느냐, 대학원을 가느냐 하는 문제였습니다. 저는 쉽게 대학원을 결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삼성 SDS에 가느니 대학원가서 석사학위를 따고 KT에 들어가고 싶었기 때문이죠. 벤처를 하면서 KT 연구소를 들락달락했는데, 환경도 좋아보이고 편해보였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다가 바이넬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본래는 통신쪽으로 진로를 택하려 했는데, 혹시나 떨어질지 몰라 신임교수님에게도 지원을 했었던거였죠. 그러다가 그 신임교수가 제가 함께 일하던 형의 후배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교수님도 그 선배에게 저에 대해 물어봤다고 하시더라구요. 이러한 인연으로 교수님과 바이넬을 시작했습니다. 이 때까지도 꿈은 그저 누군가 물었을 때, 대답하기 위한 꺼리, 혹은 감히 내가 품을 수 있을까? 내 분수를 알아야지 하면서 꺼내놓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권성훈 교수님이 처음에 꿈에 대해 물었을 때, 꿈이 없다라고 이야기 하면 너무 없어보일까봐 교수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제 인생전부를 거처 교수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져본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말하고 나니 좀 부끄럽기도 하더라구요. 그런데 교수님은 제 꿈에 대해 경청을 해주셨고, 가능하다라고 하셨죠. 좋은 시나리오도 만들어주셨습니다. 졸업후 거의 바로 교수가 되는 시나리오였죠. 제가 꺼낼 때는 초라하고 불가능해보였던 꽃병이었는데, 교수님께서 들어주고 말씀을 해주실때는 몇개의 꽃이 더 꽂인 채로 돌려주시니, 왠지 그럴싸해 보였습니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교수님과 제 꿈에 해서 박사과정동안 이야기를 하면서 꽃들은 풍성해지기 시작했고, 제법 소위 진정한 의미의 꿈과 비슷해면서 커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꿈을 가지세요. 꿈은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광고문구나 이러한 말을 하는 사람들을 조심하세요. 꿈은 가진다고 이루어지는게 아닙니다.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꿈이 없어서 이루지 못한게 아닙니다.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전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은 제가 꿈을 품게 되어서가 아닙니다. 제가 교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평소에도 이야기 하듯 90%이 바이넬에 들어왔기 때문이죠. 아니면 더 95%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상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수두룩하고, 능력이 좋은 사람도 수두룩합니다. 꿈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능력이 좋은 사람도 수두룩 합니다. 그런 사람을 제치고 이 자리에 온건 운이 좋아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꿈을 가지지 않으면, 상상을 하지 않습니다. 상상을 하지 않으면, 현실만을 바라보게 되고, 현실은 항상 냉소적이고 암울합니다. 꿈을 품으면 상상을 하게 되고, 그 상상속에 현실이 즐겁게 됩니다. 현실이 즐겁게 되야 비로서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들은 마라톤과 같은 일이죠. 사시처럼 단기간 치고 빠지는게 아닌 주구장창 실험하고 또하고 그러다가 장인정신으로 실험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즐겁지 않으면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으면 혹시나 우리에게 올지도 모를 그 인생의 행운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집니다.

바이넬은 저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행운은 씨앗처럼 자라날 것이라 생각됩니다. 바이넬 안에서 여러분들만의 작은 꿈들을 꺼내어 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서로 그 꿈들이 그럴듯한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꿈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 행운이 올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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