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많이 읽는다고 장땡이 아니다. 정리가 더 중요.

논문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귀중한 논문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것 또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내는 비싼 등록금이 논문을 구독할 수 있도록 하는 라이센스비에 사용되고 있을 것이며, 그 권리를 누리기 바랍니다. 

제가 쓰고 있는 이 노트북에 저장된 수많은 데이터들...

그중 가장 중요한 데이터를 뽑으라면 저는 제가 그동안 정리해둔 논문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짧은 연구기간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부터 지금까지 하나하나 그 학생의 권리를 누리면서 다운로드 받아 모아두었던 논문들의 묶음, 그것이 제가 아끼는 보물중에 하나입니다. 

읽었던 논문들이 머리속에 다 남아있냐고 물으신다면,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니요, 모두가 가물가물합니다.”

모든 논문을 정독해서 읽을 수 없습니다. 정독해서 읽은 논문은 손에 꼽히며, 대부분 속독으로 중요한 포인트만을 집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정독을 해서 읽은 논문이든, 속독으로 읽은 논문이든간에 한번 읽게 되면 잔상이 남습니다. 그 잔상은 짧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도 있지만, 또 구름처럼 흐릿하게 남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 머리속에 살아남은 잔상으로 예전 논문을 떠올리려 한다는가, 예전에 생각난 아이디어를 떠올리려 한다든가 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제목이 떠올라 다시 논문을 찾고 처음부터 정독을 한다면 논문의 내용도 알 수 있고, 운이 좋다면 그 예전 읽었을 당시 떠올랐던 아이디어도 다시 생각날 수도 있겠죠. 

 

다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여러분들 시험시간 1시간전 어떤 행동을 하시겠습니까?

1. 공부하던 책으로 줄친 부분만을 훑어본다. 요약 노트를 정독한다.

2. 새책으로 다시 정독하면서 읽는다.

 

제가 모아둔 논문 목록에는 읽었던 논문들이 저장되어있으며, 거기에는 읽으면서 하이라이트 해두었던 주제문들이 있으며, 떠올랐던 아이디어, 궁금했던 부분 등이 적혀있습니다. 논문을 읽으면서 생긴 잔상들이 고스란히 그 논문에 배어있는 것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처음 읽었을때로 돌아가서 그 시간과와 지금의 시간을 연결하여 봅니다. 마치 두 사람이 논문을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잔상은 또 새로운 잔상을 남기게 되며 그 잔상은 또 미래를 향해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잔상들이 언젠가 중요한 영감을 떠오르게 하며 그 영감은 여러 과정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그 잔상을 그저 논문을 통해 남기기만 하면 될까요?

정리되지 않은 잔상은 아무리 훌륭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저 어딘가 굴러다니는 포스트잇 신세가 됩니다. 적을 때는 뭔가 유용한 정보를 적어놨는데 이리저리 책상위를 뒹굴려, 어느 책 사이에 껴들어가 막상 찾으려하면 나타나지도 않다가 책상정리하다가 그제서야 발견하게 되는 그 포스트잇과 같게 됩니다. 그래서 정리가 필요합니다. 좌판에 헝그러진 상품들이 아니라 종류별로 가지런히 정리된 진열대의 상품이 더 비싼 값으로 팔리게 됩니다. 여러분이 남긴 잔상을 여려분의 지적 그림자들을 정리하여 모아두세요. 그게 여러분의 값진 지적 재산이 되는 것입니다. 

 

 

  • Hits: 3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