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욱교수 이전 박사과정 중 인터뷰

연구에 늦바람 부니 재미가 쏠쏠

| 글 | 박욱 서울대 전기 컴퓨터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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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다시 공부를 시작하길 잘했다고 느낀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다. 2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재료공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연구 결과가 실린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속으로 ‘아, 해냈구나!’라는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대학을 졸업하던 2002년 국내에는 벤처 붐이 일었다. ‘나도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학부 선배가 창업한 벤처에 들어가 미래 CTO로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5년 뒤 그 꿈은 무너졌다.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그 때 권성훈 교수님이 학교에 부임해 실험실에서 같이 연구할 학생을 모집한다는 e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권 교수님의 프로필이 있었다. 교수님과는 나이가 몇 년 차이 나지 않았다. 어떻게 벌써 교수로 부임할 만큼 성공했을까.

교수님과의 첫 만남에서 “어떻게 교수가 될 수 있었느냐” “교수님의 가장 큰 장점은 뭐냐” 같은 당돌한 질문을 던졌다. 그때 권 교수님이 뭐라고 답을 줬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그 답을 알 수 있다. 그건 바로 ‘꿈’과 ‘열정’이다. 교수님과 대화하면서 그 동안 현실과 타협하느라 잊고 있었던 꿈과 사라진 열정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훌륭한 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는 얘기를 했을 때 권 교수님은 내가 그렇게 될 수 없는 99% 경우보다는 될 수 있는 1% 가능성을 함께 고민해줬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중단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할 용기가 생겼다.

하지만 처음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텅 빈 실험실 두 개가 전부였다. 연구원이라곤 후배인 정수은 씨까지 달랑 둘이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열정을 갖고 뛰어다니다보면 주변에서도 그 열정에 감복해 도와주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인가 보다. 기계공학부 서갑양 교수님 연구실에서는 기꺼이 장비를 빌려줬고, 나노응용시스템공학부 박영준 교수님은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셨다.

한 학기가 지나자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 학부 4학년 학생들이 졸업 프로젝트를 연구하면서 실험실 식구가 됐고 연구실이 갑자기 대가족이 됐다. ‘세계 최고의 연구실을 만들어보자’며 서로의 연구에 관심을 갖고 시시콜콜 참견하며 토론했다. 좋은 지식은 서로 공유하고 서로를 자극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격려했다. 매일 저녁식사 뒤 연구실에 둘러 앉아 1시간 정도 수다를 떨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일상과 연구를 얘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실린 논문의 아이디어는 지난해 4월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얘기하던 중 나왔다. 권 교수님께서 기찻길 개념을 마이크로채널에 적용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 얘기가 표지논문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열정을 갖고 연구하다 보니 1년쯤 뒤 윤곽이 잡혔다. ‘과연 될까’라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이런 좋은 결과는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박욱

2002년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뒤 4년 동안 벤처 기업인 일레자인에서 주임연구원으로 있었다. 2006년 대학원에 진학한 뒤 마이크로채널에서 유체를 이용한 자리조립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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